추운 겨울이면 길거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어묵 국물이 생각납니다. 따뜻한 국물 한 모금에 꼬치에 꽂힌 어묵을 먹는 즐거움은 우리에게 무척 익숙한 풍경입니다.
어묵볶음, 어묵탕, 어묵꼬치 등 어묵은 이제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즐겨 먹는 어묵은 과연 누가, 언제 처음 만들었을까요? 그리고 부산은 어쩌다가 어묵으로 유명해졌을까요?
오늘은 어묵의 탄생부터 우리나라에 전해진 과정까지 그 흥미로운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어묵의 시작은 일본의 가마보코
오늘날 우리가 먹는 어묵의 직접적인 뿌리는 일본의 전통 음식인 '가마보코(蒲鉾)'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가마보코는 생선살을 곱게 갈아 소금 등을 넣고 반죽한 다음 찌거나 구워 만드는 음식입니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가마보코를 만들어 먹었으며, 무로마치 시대인 14~16세기에는 의식에 사용되는 음식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의 가마보코는 지금처럼 납작한 모양이 아니었습니다. 생선살을 으깨어 대나무 꼬챙이에 붙이고 불에 구워 먹는 형태였습니다.
그 모양이 부들이라는 식물의 이삭과 닮았다고 해서 가마보코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집니다.
다만 어묵을 최초로 발명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조리법이 발전한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오래전부터 생선살을 이용한 음식이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나라에도 생선살을 다져 만든 음식이 오래전부터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조선시대 요리 관련 문헌에는 생선살을 이용한 숙편이나 완자 등의 조리법이 등장합니다. 1700년대에 작성된 요리책인 『소문사설』에서도 오늘날 어묵과 관련지어 설명되는 생선 요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선살을 다져 조리하는 방식 자체가 일본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오늘날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판매되는 어묵은 일본의 가마보코 제조 방식이 전해지면서 발전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어묵이 본격적으로 퍼진 시기는?
한국에서 가마보코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고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입니다. 1907년 10월 18일 자 『황성신문』에는 이미 '가마보고'라는 음식 이름이 등장합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던 부산, 인천, 군산, 목포 등의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어묵 제조와 판매가 확대되었습니다. 특히 부산은 생선을 구하기 쉬운 항구도시였기 때문에 어묵 산업이 발전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1915년에 발행된 『부평시장월보』에는 부산 부평시장에 가마보코를 판매하는 전문 점포가 3곳 있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부산어묵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이유
오늘날 부산은 어묵의 본고장으로 불립니다. 여기에는 광복과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광복 이후 한국인들이 어묵 제조 기술을 이어받아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1945년 부산 부평동시장에서는 이상조가 동광식품을 설립해 어묵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박재덕이 부산 영도에서 어묵을 제조하기 시작했고, 1953년에는 삼진식품 가공소를 세웠습니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수많은 피난민이 몰려들면서 비교적 저렴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어묵의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부산의 풍부한 수산물과 어묵 제조 기술, 그리고 서민들의 식생활이 만나면서 부산어묵은 점차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어묵과 오뎅은 같은 말일까?
우리는 흔히 어묵을 오뎅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두 단어는 뜻이 다릅니다.
어묵은 생선살을 갈아 만든 가공식품을 의미합니다. 반면 일본어인 오뎅은 어묵과 무, 곤약 등 여러 재료를 국물에 넣고 끓여 먹는 요리를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뎅의 대표적인 재료인 어묵을 음식 이름과 혼용하면서 두 단어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생선 반죽에서 시작된 국민 음식
어묵은 오랜 세월 동안 여러 나라의 음식문화와 조리 기술이 만나 발전해 온 음식입니다.
일본의 전통 음식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튀긴 어묵과 매콤한 어묵볶음, 따뜻한 어묵탕 등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날에는 치즈어묵, 새우어묵, 수제어묵 등 종류도 무척 다양해졌습니다.
평범하게 먹던 어묵 한 조각에도 수백 년의 음식문화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다음에 따뜻한 어묵 국물을 마실 때는 어묵이 걸어온 역사도 한번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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