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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기원

피시소스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우리가 몰랐던 피시소스의 역사와 기원

by 반찬음식가이 2026.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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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쌀국수나 태국 음식, 필리핀 요리를 먹다 보면 독특한 감칠맛과 짭조름한 향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 맛을 만들어주는 대표적인 조미료 중 하나가 바로 피시소스(Fish Sauce)입니다.

 

베트남에서는 느억맘(Nước mắm), 태국에서는 남쁠라(Nam pla), 필리핀에서는 파티스(Patis)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이 소스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요?

 

 

피시소스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피시소스를 단순히 동남아시아에서 만들어진 현대적인 조미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생선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조미료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습니다.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도 생선과 소금을 이용한 발효 소스가 사용됐습니다. 특히 고대 로마에서 유명했던 것이 가룸(Garum)입니다.

작은 생선이나 생선 내장 등을 소금과 함께 발효시켜 액체를 얻는 방식으로, 오늘날 피시소스와 상당히 비슷한 원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룸은 로마 시대에 매우 널리 사용된 조미료였고 음식에 짠맛과 감칠맛을 더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오늘날 동남아시아의 피시소스가 고대 로마의 가룸에서 직접 전해져 만들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생선과 소금을 이용한 발효 방식이 독립적으로 발전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피시소스의 기원을 어느 한 나라에서 시작됐다고 단순하게 설명하기보다는, 오래전부터 세계 여러 지역에서 생선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발효 기술이 발전했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왜 하필 생선에 소금을 넣었을까?

냉장고가 없던 시대에는 잡은 생선을 오랫동안 보관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는 생선이 빠르게 상하기 때문에 보존 방법이 중요했습니다. 여기에 많은 양의 소금을 넣어 보관하면 부패를 억제하면서 생선의 단백질이 오랜 시간에 걸쳐 분해됩니다. 그 과정에서 특유의 깊은 향과 강한 감칠맛을 가진 액체가 만들어집니다.

 

처음에는 생선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생활의 지혜였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음식의 맛을 내는 훌륭한 조미료가 된 것입니다.

 

 

동남아시아에서 피시소스가 발달한 이유

오늘날 피시소스를 이야기할 때 동남아시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베트남의 느억맘, 태국의 남쁠라, 필리핀의 파티스가 대표적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풍부한 수산물을 활용해 생선을 소금과 함께 장기간 발효시키는 음식문화가 발전했습니다. 우리나라 음식에서 간장이나 액젓이 음식의 간과 감칠맛을 담당한다면,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피시소스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볶음요리와 국물요리부터 각종 소스와 양념까지 활용 범위도 상당히 넓습니다.

 

 

나라별로 조금씩 다른 피시소스

같은 피시소스라고 해도 맛과 사용법은 조금씩 다릅니다.

베트남 느억맘(Nước mắm)은 베트남 요리의 핵심 조미료 중 하나입니다. 그대로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라임이나 식초, 설탕, 마늘, 고추 등을 섞어 찍어 먹는 소스로 만들기도 합니다.

태국 남쁠라(Nam pla) 역시 볶음밥, 팟타이, 볶음요리, 수프 등 수많은 태국 음식에 사용됩니다.

필리핀 파티스(Patis)도 다양한 필리핀 음식의 간을 맞추고 감칠맛을 더하는 데 사용됩니다. 칼라만시나 고추 등을 곁들여 찍어 먹는 소스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에도 이와 매우 친숙한 음식문화가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액젓입니다.

 

멸치액젓이나 까나리액젓처럼 생선과 소금을 이용해 발효시키고 그 액체를 조미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피시소스와 상당히 가까운 음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피시소스의 강한 냄새 속에 숨은 감칠맛

피시소스를 처음 맡아보면 특유의 향 때문에 당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리에 적당량을 넣으면 강한 냄새보다는 깊은 감칠맛이 살아납니다.

 

생선의 단백질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아미노산 등이 만들어지면서 음식에 깊은 풍미를 더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피시소스는 단순히 '생선 냄새가 나는 짠 소스'가 아니라 오랜 발효 과정을 이용해 음식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전통 조미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고 보면 우리에게도 익숙한 맛

피시소스는 베트남이나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특히 중요한 조미료지만, 생선과 소금을 이용한 발효 음식문화 자체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고대 지중해의 가룸에서부터 동남아시아의 느억맘·남쁠라·파티스, 그리고 한국의 액젓까지.

 


지역과 이름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생선을 소금으로 발효시켜 오래 보관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깊은 감칠맛을 음식에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냉장고도 없던 시대 사람들이 만들어낸 생선 보존법이 수백 년, 수천 년을 거쳐 오늘날 세계인의 식탁에서 사랑받는 조미료가 된 셈입니다.

 

다음에 피시소스를 한 방울 넣어 요리할 일이 있다면, 그 작은 한 방울 속에 아주 오래된 인류의 발효 음식문화가 담겨 있다고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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